"인터넷 게시물이 허위의 사실이라고 국가가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선 있을 수 없다"

최우정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의 주장이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미네르바' 박대성(32)씨의 기소 근거가 됐던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로 인해 행정부와 학계 등에서는 '대체입법'과 '해당법률 삭제'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사실상의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권한을 제한하고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또 앞으로 '쓰레기 시멘트' 게시물 삭제와 관련한 최병성 목사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운영법률' 위헌법률심판제청 등 사법부의 인터넷 규제 관련 결정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인터넷 자율규제에 대한 논의는 사회 전반에 있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 방통심의위 '심의권한 축소' 공감대…자율규제 강조

헌재의 전기통신기본법 47조1항 위헌 결정과 관련,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와 한양대학교 법학연구소는 '인터넷 상의 허위정보와 표현의 자유, 그리고 자율규제'라는 주제로 지난 17일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대체입법보다는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심의·규제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인터넷 사업자 및 사용자의 자율적인 규제로 가는 것이 옳다는 데 공감대를 나타냈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 "인터넷의 특성은 이용자가 동시에 글을 제공할 수 있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언제든지 댓글 등을 통해 반박할 수 있는 자율적 구조"라며 "이를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인터넷의 특성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는 현행 집권자가 통치 부담을 덜기 위해 통제를 하고 싶겠지만 인간의 자율성이 존재하고 또 성장하는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며 "자율규제가 국가의 다양성 보장 및 민주주의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또 방통심의위의 역할은 향후 광고 등에 국한해야 할 것이며 방송 프로그램 내용규제도 자율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석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통신과 관련한 심의를 국가가 직접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통신 관련 헌법 조항이 있는 것도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김유향 문화방송통신팀장은 "미네르바의 글들을 봤을 때 학술지에 발표하지 않았을 뿐 논리적으로 전개된 것"이라며 "하물며 그런 설득력이 없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고 해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기본권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에 대한 특정한 자유 제한은 기본권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또 "정치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 인터넷 자유는 그 근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사회정책적 요인으로는 북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제한을 풀어야 한다"며 최근 방통심의위의 북한 사이트 접속 차단 방침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권창현 변호사는 "대체입법을 봤을 때 형사처벌은 배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굳이 정해야 한다면 국가 간 분쟁을 야기시키는 행위 등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가적인 허위사실이 있다면 정부가 규제하기보단 정부가 스스로 해명하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자율규제 핵심은 '최소한의 사회적 공감대'

하지만 자율규제의 경우에도 최소한의 원칙으로 대상을 구체화시키는 방향으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자율규제로 가더라도 주요 인터넷 사업자들이 정부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인 담합으로 특정 게시물을 차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하나의 업체가 자신들의 이념에 따라 게시글을 차단하고 검열하는 것은 가능하고 이용자들은 다른 공간으로 가면 되지만 이미 시장에서 상당수 트래픽 점하고 있는 업체들이 공동으로 게시물에 대해 차단기준을 세워버리면 이용자들은 갈 곳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일 그같은 경우가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될 수 있다면 업계의 연합이 아닌 각 개별 회사들 간의 윤리기준을 정해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줘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그는 또 "연평도 위성사진 등의 사례를 봤을 때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내부에서의 자정작용을 거쳐 허위여부가 밝혀진 바 있다"며 "자율규제 또한 최소한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황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심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인터넷자율정책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단 개방성과 투명성, 독립성 등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전제했다.

김유향 팀장도 "업계 뿐 아니라 민간단체와 정부까지도 공동으로 참여하는 자율기구를 구성한 프랑스와 영국의 사례가 인터넷자율정책기구의 좋은 모델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자율기구를 만들 경우 업체간에 희비 발생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익단체로 전락할 수 있음을 우려하면서 "나의 이익이 아니라 누구도 겸허히 수용할 수 있는 전제의 자율규제를 해야만 한다"고 제안했다.

인터넷기업협회 최성진 사무국장은 "기업들은 물론 돈을 열심히 벌려고 할 것이지만 헌법적 가치와 현행법률, 구성원들의 이익에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도 사업자들이 존중해야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 사무국장은 이어 사견임을 전제로 자율규제의 전제는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면서 "인터넷 기업들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을 지향하고 싶은데 그걸 특정 세력이 아닐 수 있도록 장치를 잘 마련해 그에 대한 재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자율기구 구성은 공신력 있는 외부 인사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정책위원장은 이와 관련, 기업과 민간단체, 학계, 정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자율규제 기구 구성에 있어 정부의 참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밖에 학계에서는 자율규제가 이뤄지더라도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소송과 사업자 허가권, 세무조사 등을 통한 압박이 사업자들에게 가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대안 제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전기통신법 개정은 필요한가? 갑론을박

한편 법무부에서는 전기통신법 47조1항의 위헌 결정에 따른 대체입법을 추진 중이며, 국회에서도 한나라당 정옥임, 여상규, 임동규 의원 등이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법무부는 최근 ▲국가안전보장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파괴와 사회혼란을 유도 ▲공공복리의 현저한 저해를 일으키는 허위 통신을 한 자에게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입법안을 준비 중이다.

의원 개정안도 제재 범위를 좀 더 구체화 한 내용으로 구성됐다.

황용석 교수와 김기중 법무법인 동서파트너스 변호사는 ▲전쟁,사변,교전상태이거나 내란,폭동,테러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적 차원의 비상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 ▲ 피해 상황에 관해 객관적으로 명백한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대상 정보에 대한 문학적, 과학적 가치가 전혀 없고 ▲여론형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사후 보정될 수 없는 즉시조치 사항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날 참석자 중 다수는 이 또한 해석이 애매하게 나올 수 있다면서 법 개정보다는 해당 법안을 삭제하고 미국의 '폭탄허위제보법'과 같은 개별 법령을 통해 구체적으로 허위정보 제한 범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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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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