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간지 담배' 시작된 봉하쉼터…이제는 '적막감'

노컷뉴스 | 입력 2009.05.26 15:48 | 수정 2009.05.26 16:03

 

 
[부산CBS 김혜경 기자]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뒤 소탈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밀짚모자를 쓰고 음료수를 먹는 모습, 손녀와 자전거를 타고 논두렁을 건너는 모습, 봉하마을을 방문한 여대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등...

그 중에 점퍼차림으로 구멍가게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은 노 전 대통령에게 '노간지'라는 별명이 붙여지게 된 인상적인 사진 중에 하나다.

'노간지'는 '폼이 난다'는 일본에서 건너온 말과 노 전 대통령의 성을 딴 언어로, 네이버 신조어 사전에 올라와 있을 만큼 누리꾼들에게 널리 퍼져 있다.

일명 '노간지 담배' 사진은 장소는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50m 정도 떨어진'봉하쉼터'로 사저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이다.

약 30 제곱미터 규모의 봉하쉼터에는 음료수, 과자, 잔치 국수 등을 판매하는 작은 슈퍼로 주로 마을 주민들과 봉하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쉬어가는 곳이다.

주인인 백승택(52)씨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자마자 가게문을 걸어 잠갔다.

생전 노 전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에서 하루종일 울기를 꼬박 하루.

지난 일요일부터는 조문객들이 남긴 그릇을 씻고, 자원봉사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면서 24시간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아직 영정사진은 '승택아, 밥 먹었나?'하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앞에 상영되는 영상 속에는 아직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한데... 모든것이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종일 뙤약볕에서 그릇을 날라서인지 얼굴이 까맣게 그을린 백씨는 오랫동안 상념에 잠겨 있다가 어렵사리 말문을 열었다.

"인터넷에 담배피는 사진이 떴다고 사람들이 그래서, 한번 봤는데, 그 모습 그대롭니더, 그분은 진짜 소탈하고, 동네 사람들 만나면 먼저 손을 흔들어 주시면서 '00야~ 잘 있나?' 하고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더"

노 전 대통령은 오다가다 가게에 들러 친환경농법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께서는 '봉하마을 만이라도 오리를 이용한 친환경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더. 당장은 손해볼 지 몰라도, 앞으로는 그게 농촌을 살리는 길이라고, 저한테도 농사일 게을리 하지 말라고 일러 주셨습니더"

노 전 대통령은 평소 점퍼에 헐렁한 바지를 입고, 논밭에서 산책하는 것을 즐겼으며,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귀한 일 하십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하며 먼저 일상적인 인사를 건냈다고 한다.

"가끔 들러서 손녀들 아이스크림도 사주시고...그 사진이 찍혔을 당시에는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만, 오랜만에 들르셔서 '요즘 뭐 좋은 담배 있나?'라고 물으셔서, 이것 저것 소개해 드렸습니더. 그중에 하나를 고르셔서 드렸는데, 한 두 모금 태우시다가 그냥 끄셨습니다."

백씨의 깊게 팬 주름에 눈물이 쉼 없이 고였다.

"그분은 그랬습니더.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 주저없이 바로 줍는 소탈하시고 욕심없는 분이셨습니더. 이곳에서 손녀와 아이스크림을 드시던 그 모습 그대로...그때보다 더 행복하게 편히 잠드셨으면...더 이상 바랄게 없습니다...."

이제 노 전 대통령이 앉았던 자리에는 뽀얀 먼지가 쌓였고, 가게 밖에는 전국에서 몰린 조문객들이 노 전 대통령을 추억하며 마르지 않는 눈물을 쏟고 있다.
hk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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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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