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며칠 전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의 ‘백범일지’를 완독했다. 2주일 전쯤 한 지방 방송사의 TV 토론에서 “남북한이 모두 분열주의 세력”이란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은 것이 계기였다. 그는 “김구 선생도 같은 논리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했는데 왜 노무현이 얘기하면 이상하다고 받아들이느냐”고 현장에서 답변한 뒤 백범일지를 다시 찾아 들었다.

그만큼 노 후보는 책을 손에 놓지 않는 스타일이다. 아들 건호(建昊)씨가 어렸을 때 속독법을 직접 가르쳐줄 정도다. 당내 경선과 대선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던 올해 들어서도 한 달에 두 권 정도는 꾸준히 읽었다는 게 참모들의 얘기다. 한국의 국가비전을 상세하게 다룬 한국개발연구원의 ‘비전 2020보고서’와 서울대 윤영관(尹永寬) 교수의 ‘21세기한국 정치경제모델’이 관심있게 읽은 책이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노 후보 자택 거실에도 1000여권의 책이 한쪽 벽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가 80년대 초 중반 시국 노동사건 변론을 하면서‘의식화’의 세례를 받았던 색바랜사회과학서적도 여전히 많다. 간간이‘게임이론’과 같은 경영학 서적도 눈에 띈다.

노 후보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의 사고를 지탱하는 세 가지 축으로 법률가로서의 논리적 사고, 인권변호사 시절 사회과학서적 탐독을 통한 ‘의식화’ 과정, 90년대 중반 이후의 원외정치인 시절 정보기술 분야에 빠져든 실용주의를 꼽는다.

특히 81년 부산지역 학생운동 조직사건인 부림(釜林)사건 변론을 맡아 이른바 ‘금서(禁書)’로 분류됐던 ‘전환시대의 논리’ 등의 책을 읽고,운동권 청년들과 어울려 이념논쟁을 벌이면서 그는 재야변호사로 변신한다.

노 후보는 당시 읽었던 리영희 교수의 ‘베트남 전쟁’이나 에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에 대해 “감동적인 책이었지만 사회주의에 찬동하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아마도 법률을 공부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87년 6월 항쟁 이후 그의 태도에는 실용주의적인 사고가 정착하는 경향이 뚜렷해진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정윤재(鄭允在)씨는 “노 후보는 87년 이후 우리들에게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나 ‘미래예측’ 같은 책을 읽어볼 것을 권했다”고 전했다.

그가 90년대 중반 이후의 원외 정치인 시절 정보기술 분야에 몰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93년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차린 직후 당시 대기업에서 보기 드물었던 근거리통신망(LAN)을 사무실에 설치했고, 회원 관리를 위한 전산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가 인명 종합데이터프로그램인 ‘노하우2000’을 개발해 참모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4월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을 연구하는 데 골몰한다. 나아가 미국 역사 전반에 대한 탐구에 빠져들었고, 이를 ‘노무현이 만난 링컨’이란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은 5만부가넘게 팔렸다.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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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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