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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문성근씨가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문화적 시각에서 본 노무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문성근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적인 정신 상태는 분노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분노하는 것이 뭐가 어려운 일인가 생각하지만,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돌아가서 분노할 일에 분노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자신이 본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이렇게 평을 했다. 22일 저녁 여의도 국민일보사 1층 메트로 홀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주권 강의' 다섯 번째 강사로 나선 자리에서였다. 문씨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5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추모동영상에 나오는 고인 유서를 낭독한 후 처음이다.

 

문씨는 연기자답게 연기수업을 예로 들며 노 전 대통령을 평가했다.

 

"미국의 예로 들면 4년제 연기학교에 입학하면 처음 1년간은 그냥 둔다. 그리고 3학기 째 들어가면 탈락자들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제일 먼저 잘리는 학생들이 하버드나 예일 대학 출신들이다. 이 친구들은 느끼지 못하고 (머리로) 생각만 하기 때문이다. 많은 정치인들을 보면서 '아 저분은 머리로 생각만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생각만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와야할 반응이 없어지고, (화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온갖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 접근하기 위해선 '분노할 일에 분노했다는 것', 그것이 가장 핵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문화적 시각에서 본 노무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문성근

문씨는 노 전 대통령을 '법률가이면서 학자적인 풍모를 가졌던 분'으로 기억했다.

 

"법률가로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학자로서 기존의 학설까지 일단 한 번 의심해 보면서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보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일단 옳은 것이라 생각되면 실천하겠다라는 자세를 정말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불의와 거짓, 위선을 온 몸으로 느꼈을 것이고, 그 실천에 있어서는 절대 불의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용맹성을 갖고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 씨는 노 전대통령의 임기 5년간을 '족벌신문들이 국민들이 쟁취한 자유를 이용해 참여정부를 흔들어 댔던 시기'로 평가했다.

 

"'길 닦아 놓으니 뭐가 먼저 지나간다'는 속담처럼 국민이 민주화 운동을 통해 쟁취한 자유를 가지고 민주화 운동에 도움을 주기는커녕 발목을 잡았던 족벌신문들이 지켜야할 자기들의 본분을 벗어나 권력을 더 차지하기 위해 탐욕을 부리는 형국이었다. 열심히 길을 닦아 놓았더니, '길이 왜 왼쪽으로 비뚤어졌느냐'며 무능하다고 욕을 하는 신문들, 국민이 선출하지도 않은 세습권력이라는 것이 더 문제다."

 

"2003년으로 기억하는데, 대학 시절 아주 친했던 친구 부인을 우연히 길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려했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그 분이 화가 잔뜩 나서 눈이 시퍼렇더라. 그리곤 다짜고짜 삿대질하며 분노와 저주를 퍼부었다. '노무현이가 어쩌구 하면서', 난 나쁜 신문을 보지 않으니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또 '국가권력과 자본권력, 그리고 언론권력의 삼각동맹'을 우리 사회 민주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았다.

 

"최근에 미디어법 통과되는걸 보면서 저게 과연 정당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족벌 신문들이 강요하다시피 한 것 아닌가? 상임위에서 상정되면 본회의에서 반대표 던지겠다던 박근혜 의원은 (신문에서) 2,3일 동안 집중공격 받더니 꼬리를 내리더라. 족벌신문들의 과거를 보면 87년까지는 독재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다가 그 뒤에는 YS 대통령 만들기를 했다. YS는 당선되던 날 신문사 회장 집에 갔다. YS가 잘한 일 중에 하나회 해체, 금융실명제, 공직자 재산 등록제 등이 있는데, 나는 (신문사 사주) 재산공개를 관철시키지 못했던 것이 (정치권력과 언론권력 사이에) 힘의 균형이 변화하는 시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노 대통령 집권 이후 족벌언론은 횡포는 강도나 범위에서 훨씬 강해지기 시작했다. 거의 저주와 야유, 조롱과 능멸 수준이었다."

 

이어 문씨는 우리 사회가 점차 보수화 되어가는 원인으로 '학교에서 현대사 교육이 없었던 것'을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영화배우 문성근씨가 22일 저녁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노무현 시민학교'에서 '문화적 시각에서 본 노무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권우성
문성근

"내가 72학번인데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 현대사를 거의 배우지 못했다. 국사교과서를 보면 고조선 이후 해방 전까지는 200페이지, 해방 이후가 불과 5페이지다.

 

2009년 한국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 안의 일이 95%를 규정하는데 그것을 교육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도, 박정희 대통령도 그 현대사를 국민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국사에서 현대사가 분리된 것이 국민의 정부 당시의 일인데 아직도 필수과목이 아니다."

 

문씨는 또 전적으로 사견임을 전제로 인터넷 정당 활성화를 통한 정당개혁 등 현실정치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민주당은 지금 상태에서는 물갈이를 할 수 없다. 지금 이대로만 가면 수도권에서 상당히 우세할 것이고 아마도 30~40석은 더 얻을 것이 뻔한데, 어차피 대통령하겠다는 후보는 한두 명이고 국회의원 하겠다는 사람은 수백 명 아니냐? 이런 구조라면 많이 당선될 게 뻔한데 굳이 바꾸려고 하겠나? 그렇기 때문에 개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노사모란 정치조직체가 만든 개혁당과 민주당이 중간에서 만난 것이 열린우리당이었다. 이것이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가 당원들의 성향이 너무 달랐다는 점이다. 그것을 하나로 묶어서 화학적 결합을 추구했기 때문에 충돌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기존 정당을 50으로 하고 인터넷 정당을 50으로 해서 방 2개짜리 정당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네티즌의 경우는 어떤 한 사람을 놓고 모이기 어렵기 때문에 인터넷 지구당은 4~8개 지구당을 합쳐서 만들고, 당원들은 이들 지구당에서 모두 투표권을 행사하고 이런 식으로 생활정치 구조를 만들어 양쪽이 함께 가는 구조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어 문씨는 부친인 문익환 목사가 1989년 평양을 방문하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뜻 변호인이 되어주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참여정부에서 왜 정치에 뛰어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문씨는 "처음에 노무현 후보를 돕겠다고 했을 때 절대 직업을 바꾸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시작을 했다. 문 목사는 시비거리가 거의 없었던 삶을 사셨는데, 꼭 한 가지 1987년 대선에서 민주화 세력의 분열에 대한 비판이 있었다. 그 때 이미 문 목사는 이 세상에 안 계셨지만 내가 아들로서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사과드리고 싶었다. 물론 나와 문 목사는 존재 면에서 비교가 안 되지만 나로선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한 것이 노 후보를 지원하게 된 동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그 활동의 결과로서 노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뒤에 여러 제안을 받았지만 다 사양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영화를 만든다면 자신은 어떤 배역을 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정말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연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악역에는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족벌신문 (사주)역은 할 수 있을 것"이라 답변해 청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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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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