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탄탄한 지지율 위에 서 있지만 한편으로는 '색깔이 불분명하다' 혹은 '착한 이명박', '안철수 피로증후군'까지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힘>에서 이에 대한 오해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안 교수는 5월30일 부산대 강연에서 "우리 정치권은 승자 독식이 반복되기 때문에 결국 증오의 악순환에 빠진다"며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취지로 이전부터 몇 차례에 걸쳐 말했다. 정쟁이 극심한 한국사회 정치에 대해 나름 '중도선언' '탈이념선언'을 한 셈인데 보수는 물론 진보 진영에서도 발끈했다. 유시민 전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도덕이 위기에 봉착한 시기엔 양비론이 설 자리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이에 대해 "속된 말로 중립은 장사가 안 되는 정치노선"이라며 "안철수는 정치권 밖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치고 들어왔기 때문에 중도를 표방하고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수 있었다. 정당정치의 이론으로 보자면 기가 막힐 일이겠지만, 중도라는 탈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자면 한국 사회의 큰 행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안 원장이 탈북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탈북자들의 집회 현장을 방문한 것을 두고 상대편 진영에서 키우는 얘기는 무조건 음모라고 보는 한국사회의 병폐에 ‘하이킥’을 날린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안철수의 강점은 기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활용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고 평가했다. 안 원장을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이념은 중도주의라기보다는 진보와 보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바이컨셉츄얼리즘'이다"고 정의한 이유다. 

 

이런 강점은 강 교수가 자신의 책을 통해 사실상 안 원장을 지지 선언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부제는 '2012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다. 강 교수는  "만약 야권이 기대는 시대정신이란 게 정말로 있다면 나는 그건 '타협'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진보주의자들은 타협을 더럽게 생각하는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를 비롯한 전 분야를 지배하고 있는 불신과 증오의 소용돌이가 변할 조짐은 도무지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신기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100대 0'의 이분법 구도에 반기를 들고 나선 안철수가 인기를 누리는 안철수 현상"이라고 바라봤다.

 

그의 시각에선 안 원장을 '착한 이명박' '남자 박근혜'라고 부르는 주장은 "진보근본주의적 비판"에 다름 아니다. 먼저 '착한 이명박'이라는 의혹부터 살펴보자. "안철수식 성공 모델이라는 판타지를 아편 삼아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자신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사회구조의 문제를 망각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강 교수는 안 원장이 시장주의자이며 그의 시장 모델은 남기업 '토지+자유 연구소' 소장이 주장하는 '공정 국가모델'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강 교수 저서에 따르면 남 소장은 "기존의 진보가 추구하는 분배·형평성·안정성·연대도 중요하지만 보수가 지향하는 성장·효율성·역동성·경쟁 등도 매우 중요한 가치다"라며 "필자는 선택이 아니라 '통합'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이분법적 사고에 갇혀 안 교수가 이명박인가 아닌가, 어느쪽 진영에 속한 사람인가를 따지기보다 그가 무엇을 추구하는가에 주목하라는 말이다.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안 원장에 대해 품는 오해는 '안철수 피로증후군'이다. 하지만 강 교수의 지적에 따르면 이는 오히려 언론과 지식인들만 느끼는 피로증이다. 안 원장의 대선 출마에 따른 언론보도를 살펴보자.

한국일보 5월 3일자 칼럼 <이런 불공정 게임이 어디있나>, 조선일보 5월 31일자 사설 <안철수, '대학 강연 정치'로 국가 지도자 될 수 없다>, 헤럴드경제 6월 1일자 사설 <안철수식 정치 선문답, 지나치게 길다>, 경향신문 같은 날 사설 <안철수, 논평 아닌 비전·철학 내놓을 때다> 등 출마선언이 늦어지는데 따른 비판 일색이다.

 

강 교수는 진보·보수 모두에게 이런 비판이 쏟아져 나오면 지지율이 떨어질 법도 한데 그렇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안철수가 다치는 걸 염려하는 안철수 지지자들은 안철수가 대선 출마 선언을 질질 끄는 것을 전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로 봤다.   

 

정치권이 안 원장의 출마를 닦달하는 것도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안철수 현상의 배경에 유권자들의 기존 정치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과 혐오가 있다는 점을 감안컨데, 유권자들은 안철수 때리기에 대해 '당신들에게 돌 던진 자격이 있는가, 내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반발 심리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밖에도 '안철수는 빨갱이다', '안철수는 정치를 모른다', '안철수의 킹메이커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안철수는 밑바닥에서부터 성공을 이룬 스토리가  없다'는 오해와 편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중 눈여겨 볼 점은 킹메이커에 관한 논란이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씨는 한 방송에서 "만일 안 교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굉장히 걱정스럽다"며 "킹메이커들이 좌지우지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예를 들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때 윤 전 장관은 안 원장의 대표적인 킹메이커로 떠올랐다. 하지만 안 원장은 "저는 그 분이 제 멘토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그분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 역할을 하시는 분은 한 300명 정도 되고 또 저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김제동 씨나 김여진 씨도 제게 멘토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원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흔들릴 만큼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대선 때마다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책을 출간했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는 <김대중 죽이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정치권을 떠난 김 전 대통령에게 정계 복귀 수순의 자연스럽게 밝게 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김대중 대통령론'의 당위성과 명분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에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러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책 <노무현과 국민사기극>을 냈다. 이 책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많은 지지자들을 양산하고 '노무현 돌풍'을 만들어낸 역할을 했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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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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