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방송계에서도 깨어있는 지식인으로 많은 이들의 감성과 사상에 촉매제역할을 했던 정은임아나운서. 


손석희와 친하셨고, 나름 방송의 자유화, 민주화를 위해서 투쟁하며 현재의 방송의 독립성에 일조를 해준 분이시다. 


그녀가 갑자기 멀쩡한 도심속 도로위에서  차량전복사고가 나서 운명을 달리했다. 


그 사건 사고의 내용을 담아본다. 



이 텍스트는 조선일보 동영상 ‘갈아만든 이슈’의 한 코너인 ‘장원준 기자의 이슈 빨간펜’을 통해 7월20일 방영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바로 위의 ‘동영상 보기’를 클릭하시면, 사고 장면 등이 포함된 동영상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1. 정은임 아나운서 사고를 보도하게 된 사연
안녕하십니까? 이슈 빨간펜, 장원준입니다. 오늘은 무거운 주제로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정은임 아나운서를 기억하십니까?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2004년7월22일, 차량 전복 사고를 당하고 14일의 사투 끝에 세상을 떴던 비운의 방송인입니다.
‘정영음’이라는 약칭으로 더 친숙했던 ‘정은임의 영화음악’ 진행을 통해 고인은 수많은 젊은 영혼과 새벽을 함께 했습니다. 고인은 영화와 영화음악을 아끼는 모든 이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그 사랑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 빨간펜’의 주제는 ‘정은임 아나운서의 사고 경위와 재판 과정’입니다. 본론에 앞서 한가지 미리 밝혀드리겠습니다. 오늘 제가 말씀 드리는 모든 내용은 고인의 유족들과 고인의 변호인으로부터 취재한 것이고, 기사화를 허락 받았습니다. 또 동영상도 유족과 고인의 변호인 측으로부터 제공 받았습니다.
고인의 유족이 저의 취재에 응한 데는 다음과 같은 배경이 있습니다. 유족들이 서울시와 지하철 시공사, 고인의 사고 승용차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한 이유는, 고인과 같은 불행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자세히 말씀 드리겠지만, 고인의 차량이 전복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9호선 지하철 공사로 인해 울퉁불퉁하게 방치됐던 현장 도로를 꼽을 여지가 있습니다. 유족들은 재판을 통해 이런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허술한 도로 방치로 인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애당초부터 이 소송에서 승소해 배상을 받더라도, 소송비용을 제외한 전액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고인 모교인 서울대학교 등에 기부할 생각이었고, 지금도 이 뜻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유족들이 손배 청구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에서는 “고인의 죽음을 이용해 가족들이 돈을 벌겠다는 거냐”는 취지의 비난이 나왔었습니다. 고인의 남편을 비롯한 유족들은, 일부에서나마 이런 오해가 나오는 것을 몹시 고통스러워했고, 한때 소송 취하까지 검토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유족들은 “소송의 취지를 제대로 알리는 게 고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 아니겠느냐”는 저희 ‘갈아만든 이슈’ 제작진의 설득에 동의했습니다.
지난 6월29일 끝난 1심 재판에서 100% 패소한 유족 측은, 고민 끝에 얼마 전 항소했습니다. 역시 고인의 사망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2. 사고 경위
먼저 사고 경위를 살펴보겠습니다. 사고 경위 설명에 앞서, 당시 사고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시겠습니다. 이 화면은 사고 현장 건너편의 한 건물에 설치된 CCTV에, 정말 우연히 녹화됐습니다. 나중에 이 화면의 존재를 알게 된 유족과 변호인 측은 이 동영상을 재판이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사고 동영상)
정말 안타깝습니다. 화면에서도 보셨지만, 정은임씨가 몰고 가던 렉스턴은 옆으로 뒤집혀서 반대편 차선에 서있던 스타렉스 차량에 부딪혔습니다.
설명을 위해 제가 작은 자동차 모형을 스튜디오에 갖고 나왔습니다.
이 빨간 차가 고인이 몰던 렉스턴이었다고 가정합니다. 1년 전인 2004년7월22일 오후 2시35분쯤, 정은임 아나운서가 몰던 이 차는 이렇게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2차로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차가 기운 것은 지하철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도로에 철판이 깔려있었고, 철판이 아스팔트 도로보다 높게 들려있었기 때문입니다. 길이 불뚝 솟아있었던 셈이지요. 이번 1심 재판에서 철판은 도로보다 11센티미터쯤 튀어나와있었던 것으로 인정됐습니다.
이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지하철 공사 때문에 2차로의 왼쪽 절반 가량은 11센티미터 이상 솟아있었습니다. 그러니까 2차로를 가는 차들은 구조적으로 오른 편으로 기울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렉스턴은 이렇게 기울어진 채로 시속 79킬로미터 정도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다시 한번 CCTV 화면을 보시면 아실 수 있습니다만, 오른편에서 스쿨버스로 추정되는 차량이 나오려 대기 중이었고, 고인은 아마도 그 버스의 안전을 위해서 왼쪽으로 핸들을 틀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우뚱하게 전진하던 렉스턴은 왼쪽으로 진행 방향이 바뀌자 이렇게 오른쪽으로 전복된 것입니다. 렉스턴은 넘어진 채로 미끌어져서 반대편 차로에 서 있던 스타렉스 차량과 강하게 부딪혔습니다. 스타렉스와 부딪힌 지점은 조수석 쪽이고 정은임씨는 이쪽 운전석에 타고 있었지만, 렉스턴의 지붕이 강하게 내려앉으면서 고인은 뇌에 치명적인 충격을 받게 된 것입니다.
(확대한 사고 동영상)
참으로 안타까운 순간입니다.
(사고 수습 장면)
이 장면은 당시 사고 현장을 지나던 방송사에서 사고 수습 장면을 촬영, 나중에 유족과 변호인에게 제공한 것입니다.
사고 직후 정은임씨는 왼팔의 찰과상 이외에는 외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외관상으로는 다친 곳이 없는 상태였습니다만, 워낙 자동차 지붕이 강하게 내려앉으면서 뇌에 큰 충격을 주는 바람에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인근 병원에 도착한 정은임 아나운서는 4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14일간 사투를 벌이던 정은임 아나운서는 8월초 한때 미세한 호전 조짐을 보여 “기적이 일어날 것 같다”는 기대를 낳았지만, 결국 8월4일 저녁 6시30분, 운명했습니다.


3. 미심쩍은 보수 공사
유족 중 한 분은 사고 며칠 후 사고 현장을 찾아갔다가 억장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이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누군가 지시했는지 공사 현장 인부들이 울퉁불퉁한 사고 현장의 틈을 메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사고 여파를 줄이기 위해 급하게 아스팔트 보수 공사를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래서 이 유족 분은 급하게 디지털 카메라로 이 장면을 찍어두었습니다.
아까 말씀 드린 11센티미터라는 수치는, 사고 시점으로부터 몇 달이 지난 후에 측정된 것입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눈가림 식의 아스팔트 보수 공사 때문에 사고 현장의 울퉁불퉁한 정도는 실제 사고 당시의 요철 정도보다 덜 심각하게 측정됐을 수도 있습니다.


4. 재판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만, 이 소송의 1심 재판부는 지난 6월29일 “사고는 본인 과실”이라는 판단과 함께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의 판단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복공판과 기존 도로의 높이 차이가 11센티미터 가량 된다는 것은 인정된다. 하지만 이 구간은 고인이 집과 직장을 오가며 자주 다니는 곳이므로 노면이 평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감속했어야 하는데 시속 79킬로미터로 빠르게 진행하다가 핸들을 왼쪽으로 급하게 돌린 잘못을 했다. 설사 피고(그러니까 여기서는 감독기관인 서울시와 시공사인 대우건설, 렉스턴 제조사인 쌍용자동차 등)들에게 도로의 하자나 자동차 결함 등의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고인의 책임이 더 크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면하게 된다.”
글쎄요, 법원의 판단이므로 우리 모두가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존중한다는 전제 하에 약간의 문제제기를 할 구석이 있습니다.
사고 감정 기관은 재판부에 제출한 공식 감정서를 통해 “경사진 구간에서는 노면마찰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돼, 차량이 동일한 선회 속도와 선회 반경으로 진행하더라도 쉽게 미끄러지거나 전복되는 물리적 운동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렇게 11센티미터씩 솟아서 자동차가 기울어진 상태일 경우에는 차가 더 쉽게 미끄러지거나 뒤집어진다는 사실을 감정 기관이 확인한 셈이죠.
이 사고의 경우, 고인에게도 물론 과속의 책임은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도로가 이렇게 울퉁불퉁 요철투성이고, 그래서 조금만 과속하다가 핸들을 틀면 대한민국 대기업이 만든 차량이 수도 한복판에서 이렇게 휙휙 뒤집어져 버리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요? 고인의 경우에는 목숨까지 잃었는데, 이런 교통 악조건을 제공한 측에는 단 10%의 책임도 묻지 않는 건 너무 너그러운 처사 아닌가요? 저는 또 비포장 도로나 산악길 등을 달리게 돼 있는 SUV 차랑이 이렇게 쉽게 뒤집혔다는 사실도 영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판사께서 현명하게 판단하셨을 것이라고 믿습니다만, 저는 이번 판결이 혹시라도 “수도 서울의 길이 엉망이고 차가 기우뚱거려도 할 수 없다. 운전자가 알아서 살살 운전해라. 실수해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도 다 운전자 책임이다” 이렇게 오역될까 우려됩니다.


5. 맺는 말
정은임 아나운서는 1년 전 사고를 당했고, 14일 후인 8월4일, 그를 사랑했던 가족, 그리고 수많은 팬들의, “제발 일어나기만 해달라”는 비원을 뒤로 한 채 운명했습니다.
정 아나운서가 사투를 벌이던 14일 동안 그녀의 네살배기 외동아들은 “엄마는 어디 있느냐? 엄마 왜 안 오느냐”고 애타게 엄마를 찾았습니다. 가족들은 “엄마는 지금 공항에서 공룡들과 싸우고 있다. 공항에서 공룡을 물리치고 곧 돌아올 것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라고 답하며 달랬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은임 아나운서는 결국 공룡들과의 싸움에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고인은 36년의 길지 않은, 하지만 누구보다 뜨겁고 따뜻했던 생애 내내, 공룡과 싸웠는지 모릅니다. 그 공룡들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곰곰 생각해봅니다.
고인은 사고 3일전인 7월19일 개인 홈페이지에 남긴 마지막 글에서 10년 전 요절한 영화배우 리버 피닉스를 추억하면서, “그는 죽었지만 피닉스라는 그의 성처럼 불사조같이 우리 마음 속에 오래 살아남아있다”고 썼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도 그럴 겁니다. 고인의 유족들, 그리고 고인을 사랑했던 많은 팬들과 함께, ‘만인의 연인’이었던 고인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빕니다. 이슈 빨간펜이었습니다.



정은임 아나운서의 사건사고의 줄거리를 담아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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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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