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에서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포착됐다. 뉴욕타임즈는 지난 10일 기사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의 페르미 감마선 우주망원경을 통해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서 두 개의 거대한 비눗방울 형태의 에너지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우리 은하를 측면에서 바라 봤을 때, 이 두 개의 커다란 비눗방울 구조는 은하 중심부근에 서로 대칭된 모습으로 위치해 있다. 관련 학자들은 이 방울의 전체 규모가 은하의 위아래로 약 2만5천광년씩 전체 5만광년까지 퍼져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은하 전체의 규모와 맞먹는 것이다. 이 비눗방울 구조들은 약 10만개의 초신성 폭발과 맞먹는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거대하고 엄청난 에너지 덩어리의 근원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은하의 중심에서 별들의 탄생과 죽음의 과정으로부터 나온 에너지 또는 은하 중심에 위치할 것이라 여겨지는 초거대블랙홀로부터 왔다고 추측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프린스턴대의 데이빗 스퍼겔 천문학박사는 “우린 우리은하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형태의 에너지는 여태 예상치 못했던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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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발견한 두개의 비눗방울형태의 에너지. ⓒR. Hurt |
거대 에너지의 정체는 무엇인가
본지에 실렸던 암흑물질에 대한 기사(우주 암흑물질, 베일 벗을까)에서도 밝혔듯 사실 우리가 보고 있는 우주는 전체의 5~10%정도에 불과하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해 관측이 힘든 블랙홀은 물론 아직 그 정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암흑물질들이 나머지 90%정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번에 발견된 이 에너지 덩어리의 정체가 암흑물질이 아니냐는 추측도 있지만 암흑물질이 보이는 에너지 분출 형태와는 다르게 나타났기 때문에 그 근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사실 이런 에너지의 형태가 존재할 것이란 추측은 있었다. 그 장본인은 이번 발견을 한 팀을 이끈 하버드 스미소니언 우주물리학 센터의 더그 핑크베이너 박사. 1년 전, 그레고리 도블러가 이끌던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 위치한 카블리 이론물리학연구소의 일원이었던 핑크베이너 박사는 당시 불명확한 에너지의 존재에 대해 예측한 바 있다.
감마선 관측으로 인해 얻은 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우리은하 중심부근에서 고에너지 입자들이 이루고 있는 안개군의 존재를 식별해 낸 것이다. 핑크베이너 박사와 그 동료들은 처음에 이것을 암흑물질로부터 나타난 현상이라 추측했다. 암흑물질들은 그들의 반물질과 반응해 쌍소멸하며 그 에너지를 감마선의 형태로 분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은하의 중심인 은하핵은 초거대블랙홀과 수많은 항성들, 강하게 회전하는 펄서(pulsar)등이 뭉쳐져 고에너지 현상이 일어나는 본거지이기에 이런 현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하지 못한 것이 있다. 지금까지의 이론에 따르면 암흑물질로부터 분출되는 에너지는 이번에 발견된 비눗방울 형태가 아닌 뾰족한 우물의 형태로 더 날카로운 모습을 띠고 있어야 한다는 것.
고밀도의 은하핵, 그 중심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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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하늘을 통해 본 우리 은하의 중심부 ⓒ2MASS/G. Kopan | 이에 발견된 에너지가 암흑물질로부터 기인한 것이라기보다는 은하 중심부에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초거대블랙홀로부터 발생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게다가 초거대블랙홀은 은하의 전체적인 형태를 유지하는 에너지원이며 은하의 탄생 자체에 기원이 됐을 거란 추측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름밤 하늘에서 볼 수 있는 은하수만 유심히 관찰하더라도 은하의 중심부가 매우 밝고 많은 천체들이 높은 밀도로 뭉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계가 우리은하의 가장자리 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천체가 많은 은하의 중심 부분이 밤하늘에 밝게 보이는 것이다.
은하의 중심에 위치한 초거대블랙홀 궁수자리A의 1파섹(3.26광년) 범위 내에는 수천 개의 항성들이 있다. 은하 중심부의 초거대블랙홀은 이런 천체들을 위협하며 역동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괴와 탄생의 주역, 초거대블랙홀
블랙홀이 발견된 이래 많은 연구와 관측 등을 통해 거의 모든 은하의 중심부에는 태양 질량의 수백만 배부터 수억 배에 달하는 초거대블랙홀이 있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하지만 이 블랙홀이 단순히 모든 것을 빨아들어 파괴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블랙홀은 주변의 천체들을 끌어들일 뿐만 아니라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퍼져나간 성간물질들이 항성이나 성운과 같은 천체들을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엄청난 질량의 초거대블랙홀이 대부분의 은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은하의 형태를 유지하는 에너지원이라고 보기도 한다. 게다가 블랙홀로부터 은하가 만들어 졌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에 발견된 거대한 에너지가 이 초거대블랙홀로부터 발생했다고 확정지을 수는 없지만 초거대 블랙홀을 비롯해 수많은 천체들이 밀집돼 있는 은하핵에서는 이만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엄청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다시금 짐작하게 해 준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소설 ‘타나토노트’에서 생명체에 영혼이 존재하고 죽음에 이르면 그 영혼들이 은하 중심의 초거대블랙홀로 모였다가 환생을 할 준비를 한다는 내용을 썼다. 은하에서 일어나는 소멸과 창조의 중심에 블랙홀이 있다는 데에서 영혼이 존재한다면 매우 그럴싸한 이야기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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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홀이 항성을 흡수하는 상상도. ⓒNASA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