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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6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에서 축구팬들이 응원전을 펼치는 가운데, 경찰들이 붉은악마 응원단 사이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축구국가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가 '2010 남아공월드컵 서울광장 거리응원'에 불참하기로 했던 결정을 재검토하고 있다.

붉은악마 미디어 담당자는 9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서울시의 요청으로 서울광장에서 거리 응원을 하는 것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들과는 접촉하지 않고 서울시하고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붉은악마는 서울광장 사용권을 가진 SK와 빚은 마찰로 지난 7일 서울광장 거리 응원 불참을 선언하며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앞 도로에서 응원하기로 결정했었다. SK는 서울광장 거리 응원에서 '붉은악마의 응원가를 부를 수 없다'는 방침을 붉은악마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응원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붉은악마는 SK의 엠부시마케팅(매복마케팅 : 스포츠 이벤트의 공식 후원업체가 아니면서도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주는 홍보 전략) 도구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서울광장 거리 응원 불참을 선언했다.

▲ 지난 5월 16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과 에콰도르의 평가전에서 붉은악마 응원단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붉은악마가 서울광장 응원을 재검토하는 것은 서울시의 적극적인 참가 요청 때문으로 보인다.

붉은악마는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은 아니지만 가장 큰 규모의 응원단이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부터 거리 응원을 주도하며 새로운 응원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2년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거리 응원을 펼친 후 붉은악마는 전 국민적 아이콘으로서 거리 응원의 상징적인 존재가 됐다.

이런 붉은악마가 응원의 상업성을 이유로 불참한다면 SK에 광장 사용권을 넘긴 서울시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울광장은 월드컵 응원의 메카임과 동시에 '효순이·미선이 촛불', '탄핵 반대 촛불',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등 국민의 의지가 모이는 광장의 상징이기도 하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광장을 열지 않고 있는 서울시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탄압하고 순수한 응원 열기는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 수 있다.

한편, 붉은악마는 9일 오후 서울을 제외한 전국 각 지역의 거리 응원 장소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서울지역 응원 장소는 서울시와 최종 협의가 끝난 뒤 공지할 예정이다. 붉은악마 운영위원회는 공지글에서 "서울지역 길거리 응원에 대한 공지는 최대한 오늘 중으로 마무리하여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