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앉은 자영업 의사들
[머니투데이 최은미기자][[구멍가게 병원서 벗어나자]<2>이자냐, 배당이냐]#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3년간 병원에서 월급의사로 활동했던 김영민(가명. 37세)씨는 부푼꿈을 안고 개원한 후 '돈방석'이 아니라 '빚더미'에 앉았다. 자리잡히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빚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가슴이 답답하다.
김씨는 2007년 10월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보증금 6000만원, 월세 400만원짜리 132㎡(40평) 규모 내과를 열었다. 돈이 좀 들더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1억5000만원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 중고 의료기기와 기구 등을 갖추는데 5000만원을 들였다. 교차로에 현수막을 달고 버스에 광고하는데에도 3000만원을 썼다. 리스나 월세 등 매월 빠져나갈 금액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초기 투자비용만 3억여원이 들어간 것이다. 대출받은 3억원이 다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여곡절 끝에 문은 열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커녕 하루하루 연명하기 조차 벅찼다. 매달 간호사 2명 월급으로 250만원, 월세 400만원, 관리비 등 세금 100만원, 기기 리스비용 300만원, 대출 이자 200만원(연이율 8%)을 모두 충당하려면 최소 1250만원은 벌어야하기 때문이다.
보험에 적용되는 진료가 대부분인 내과 특성상 환자 1명 당 발생하는 매출은 대략 1만원선. 평균 25일 진료할 경우 하루에 50명은 봐야 근근히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김씨 본인의 인건비는 전혀 계산되지 않았다. 병원을 유지하며 월 1000만원정도 벌고 싶다면 하루 80~100명은 봐야하지만 그는 "하루에 30명 보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수익은 커녕 매달 나가야하는 지출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황인 것이다. 추가로 1억원을 더 대출받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져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대한민국 구멍가게 병원의 현주소다. 의대만 졸업하면 창창한 앞길이 펼쳐져있을 것이라고 기대나마 할 수 있었던 건 옛날얘기. 요즘 의대생들은 "졸업하기 겁난다"고 말한다. 한해 3500여명의 의대 졸업생 중 대학에 남아 교수가 되는 인원은 5% 안팎. 지금까지는 상당수가 동네병원 규모의 의료기관을 열고 자영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요즘엔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본전 뽑기가 힘들어졌다는 푸념이다. 대출액을 감당하기 버거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행한 '2006년 1차 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네병원을 개원하는데에는 평균 3억8700만원이 든다. 이를 위해 조달하는 부채규모는 평균 3억2626만원으로 월평균 231만원 정도를 이자 내는데 쓴다.
하지만 열심히 벌어 잘 갚는 의료기관은 갈수록 줄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지며 은행권의 의사전용대출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은 3조원, 외환은행은 1조원을 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연체율은 30% 가량 높아졌다. 몇해 전까지만해도 신용도 높은 고급고객으로 인정받으며 낮은 이자율에 최고 5억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자율이 최고 9%까지 상승했다. 대출한도도 2~3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출에 허덕이다 진료비 채권을 압류당하는 의료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부채를 갚지 못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만져보지도 못한 의료기관이 지난해 말 기준 2151곳에 달한다. 4조5469억원 규모다. 의료기관 1곳 당 평균 21억원 가량의 진료비를 압류당한 셈이다.
의료기관을 의료인만 설립할 수 있게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상황은 예정된 수순이다. 오로지 의사의 돈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수 밖에 없다. 강남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감당하기 힘든 대출이자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자 내려면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병원이 망해도 빚은 갚아야 하지만 투자자에 대한 배당은 이익이 안나면 안줘도 된다"며 "이자와 배당 중 어떤 것이 수익추구 동기를 높이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답은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인출 예치과네트워크 대표원장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료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병원 자체적으로 주주들의 부당한 요구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자기 이름을 걸고 안정적으로 진료하고 싶어하는 의사들의 채무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7년 10월 서울대입구역 인근에 보증금 6000만원, 월세 400만원짜리 132㎡(40평) 규모 내과를 열었다. 돈이 좀 들더라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1억5000만원을 들여 내부 인테리어를 했다. 중고 의료기기와 기구 등을 갖추는데 5000만원을 들였다. 교차로에 현수막을 달고 버스에 광고하는데에도 3000만원을 썼다. 리스나 월세 등 매월 빠져나갈 금액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초기 투자비용만 3억여원이 들어간 것이다. 대출받은 3억원이 다 들어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 우여곡절 끝에 문은 열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기는 커녕 하루하루 연명하기 조차 벅찼다. 매달 간호사 2명 월급으로 250만원, 월세 400만원, 관리비 등 세금 100만원, 기기 리스비용 300만원, 대출 이자 200만원(연이율 8%)을 모두 충당하려면 최소 1250만원은 벌어야하기 때문이다.
보험에 적용되는 진료가 대부분인 내과 특성상 환자 1명 당 발생하는 매출은 대략 1만원선. 평균 25일 진료할 경우 하루에 50명은 봐야 근근히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김씨 본인의 인건비는 전혀 계산되지 않았다. 병원을 유지하며 월 1000만원정도 벌고 싶다면 하루 80~100명은 봐야하지만 그는 "하루에 30명 보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수익은 커녕 매달 나가야하는 지출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상황인 것이다. 추가로 1억원을 더 대출받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져 폐업을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대한민국 구멍가게 병원의 현주소다. 의대만 졸업하면 창창한 앞길이 펼쳐져있을 것이라고 기대나마 할 수 있었던 건 옛날얘기. 요즘 의대생들은 "졸업하기 겁난다"고 말한다. 한해 3500여명의 의대 졸업생 중 대학에 남아 교수가 되는 인원은 5% 안팎. 지금까지는 상당수가 동네병원 규모의 의료기관을 열고 자영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요즘엔 이마저도 만만치 않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본전 뽑기가 힘들어졌다는 푸념이다. 대출액을 감당하기 버거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행한 '2006년 1차 의료기관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네병원을 개원하는데에는 평균 3억8700만원이 든다. 이를 위해 조달하는 부채규모는 평균 3억2626만원으로 월평균 231만원 정도를 이자 내는데 쓴다.
하지만 열심히 벌어 잘 갚는 의료기관은 갈수록 줄고 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아지며 은행권의 의사전용대출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하나은행은 3조원, 외환은행은 1조원을 넘는 등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만 연체율은 30% 가량 높아졌다. 몇해 전까지만해도 신용도 높은 고급고객으로 인정받으며 낮은 이자율에 최고 5억원을 빌릴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자율이 최고 9%까지 상승했다. 대출한도도 2~3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출에 허덕이다 진료비 채권을 압류당하는 의료기관도 생겨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부채를 갚지 못해 건강보험 진료비를 만져보지도 못한 의료기관이 지난해 말 기준 2151곳에 달한다. 4조5469억원 규모다. 의료기관 1곳 당 평균 21억원 가량의 진료비를 압류당한 셈이다.
의료기관을 의료인만 설립할 수 있게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같은 상황은 예정된 수순이다. 오로지 의사의 돈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대출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수 밖에 없다. 강남에서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는 한 개원의는 "감당하기 힘든 대출이자가 과잉진료를 부추기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자 내려면 한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에 대한 민간의 투자를 개방해야 한다는 논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기효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병원이 망해도 빚은 갚아야 하지만 투자자에 대한 배당은 이익이 안나면 안줘도 된다"며 "이자와 배당 중 어떤 것이 수익추구 동기를 높이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답은 나온다"고 강조했다.
박인출 예치과네트워크 대표원장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료감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병원 자체적으로 주주들의 부당한 요구를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자기 이름을 걸고 안정적으로 진료하고 싶어하는 의사들의 채무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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