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1월20일,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동아일보>가 ‘유령의 적’(한국의 비밀경찰)과 생명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동아일보사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자유언론 투쟁과 어느날 갑자기 유령처럼 모두 사라져버린 광고, 그 하얗게 비어버린 광고면을 채우기 시작한 민주시민들의 함성을 다룬 기사에서다. 그리고 35년 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한국인들이 정부를 ‘괴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신독재 때의 ‘유령’이 35년 뒤 ‘괴물’로 둔갑한 것일까, 지금 우리 사회에는 온갖 ‘괴물’이 난장판으로 춤을 추고 있다. 70년대 개발 유령이 지금은 ‘4대강 사업’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되어 ‘아름다운 강산’을 난도질하고 있다. 다시는 회복이 불가능한 이 무시무시한 파괴를 불자들은 ‘이명박의 난’으로 규정했다. 이런 반대 여론에 아랑곳 않고, ‘청계천 환상’에 젖어, 그냥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만 하면 ‘결단의 지도력’인 것으로 맹신하고 있는 이 난폭한 괴물….
괴물은 또 있다. 정치검찰과 언론권력, 검·언 복합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참혹한 일이 1년도 채 안 되었는데,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이 되풀이되었다. 곽영욱씨의 오락가락 횡설수설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허무개그 같은 검찰의 공소 내용, 정치검찰이 흘리는 피의사실을 그대로 기정사실화하여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의 행태가 얼마나 괴물스러웠는지는 무죄판결문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러나 어느 언론도 반성하지 않았고, 정치검찰은 한술 더 떠 선고 바로 전날, 그리고 그 뒤 계속하여 ‘별건수사’ 피의사실을 언론에 유출해왔다.
균형, 합리, 상식과는 거리가 먼 정치검찰의 이런 괴물스런 행태와,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검찰청법 4조)는 법 조문 사이의 간극은 하늘과 땅 사이처럼 멀어 보인다. 오죽했으면 검찰 출신인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그렇게 엉성하고 안이하게 수사를 했는지, 검사 개개인이 참으로 부끄러운 이야기”라고까지 말했겠는가.
괴물은 더 있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관련하여 난무하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등의 거짓말 괴물, ‘큰집 조인트’를 통해 그 실체가 생생하게 드러난 방송장악 괴물, ‘MB 도우미’(조갑제), ‘대통령 기쁨조’(진중권)라는 조롱의 대상이 된 정권 직계혈족 지배하의 정권 홍보 방송 괴물, 김제동·윤도현 축출로도 만족하지 않고 김미화까지 축출하려는 ‘바보들의 행진’ 괴물, ‘교육 목적’으로 ‘회피 연아 동영상’을 고소한, 그리고 비극적 상황을 “재미있잖아” 하고, 문화계 어른에게 반말하면서, 사진기자들에게는 “에이 씨×, 사진 찍지 마” 소리 지르는 유인촌씨의 오만방자 괴물, “한국은행이 국가 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적절치 않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을 앞장서 폄하·방기한 김중수 한은 총재의 해괴논리 충성 괴물, 제어받지 않고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거대자본 괴물, 중세 마녀사냥을 지금도 거침없이 하는 ‘좌파 타령’ 괴물, 냉전이 끝난 시대에도 펄펄 살아있는 북풍 괴물….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야권이 국민에게 희망의 대안세력으로 당당한 능력과 치열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당선이 보장된 호남에서 제 패거리나 챙기며 더러운 욕망에 갇혀 있는 민주당 일부의 모습은 괴물스럽다. 이런 척박한 토양에서도 야권 연대를 위해 애쓰는 분들의 모습이 눈물겹다. 희망의 씨앗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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