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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가 과거와 싸우면 피해를 보는 것은 미래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3일 국무회의에서 존 에프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이 말을 인용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금이 바로 미래를 향해 나가야할 역사적 시기”라고 취임 2돌을 맞는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지난 2년간 과거 아닌 미래와 경쟁하며 정책 측면에서 선진일류국가의 초석을 다졌다는 게 청와대의 자평이다.


이 대통령은 과연 지난 2년간 ‘미래’와 싸운 것일까? 정치적 흐름을 되돌아 보면 그 반대에 가깝다. ‘정치인 이명박’의 2년은 과거와의 싸움, 특히 ‘노무현과의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첫 해의 쇠고기 촛불과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현재 최대 갈등 현안인 세종시 수정 논쟁 등 이 대통령을 중대한 정치적 시험대에 세운 의제들이 모두 노 전 대통령과 직접 연결돼 있다.


이 대통령은 2008년 2월 노무현 체제를 부정하는 정부 조직 개편과 ‘고소영·강부자’ 인사로 호기롭게 출범했다가 쇠고기 촛불이라는 거대한 민심의 저항에 부닥쳤다. 취임 첫해부터 이 대통령을 국민 앞에 두 번이나 고개 숙이게 한 쇠고기 촛불의 단초는 ‘노무현 뒤집기’였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방침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 17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돼, 한덕수 총리와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설득했지만 노 대통령은 반대했다.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도 노 대통령을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요청했으나 노 대통령은 끝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그해 4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 정상회담에 맞춰 한-미 쇠고기 협상을 타결지었다.


취임 첫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촛불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이 대통령은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그해 8월 지지그룹인 뉴라이트 인사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하며 “나는 이제 누가 우리 편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의 한 참석자는 “참석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말이었지만 깜짝 놀랐다. ‘이 대통령이 드디어 정치를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이 시점 이후 <문화방송> ‘피디수첩’ 수사,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 퇴진, 언론관계법 등 입법전쟁,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노 전 대통령 수사 등 반대세력 옥죄기가 폭풍처럼 전개됐다. 공안 통치 형태로 ‘집토끼’인 보수층을 결집시키며 촛불 수세를 만회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로 또다시 중대한 정치적 갈림길에 섰다. ‘죽은 노무현이 산 이명박을 잡는’ 형국이었다. 민심이반의 수렁에 빠진 이 대통령은 ‘친서민·중도실용’과 ‘국민통합’을 내걸어 반전에 나섰다. 대운하 포기선언도 이때 이뤄졌다. 중도실용 기조는 취임 첫해부터 참모 등이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이 대통령은 노무현 서거라는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서야 이를 받아들였다. 이 대통령은 취업후학자금상환제도,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 등 친서민 정책을 내놓으며 50% 안팎의 지지도 상승효과를 봤다. 역설적으로 ‘노무현의 교훈’이 이 대통령을 띄워 올린 격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노 전 대통령 서거 국면은 중도실용 카드가 아니었으면 돌파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 지지도 상승과 함께 지난해 가을부터 본격화한 세종시 수정 논쟁은 노무현 뒤집기 시도의 결정판이다. 친이명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이 대통령은 대운하에 대한 집착보다도 노무현의 세종시를 바꿔야 한다는 소신이 훨씬 강하다”고 말했다. 세종시 문제에는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 장악력,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다음 대선 구도, 6·2 지방선거 등 정치 함수가 복잡하게 얽혀있다. 청와대와 친이계가 ‘노무현 대못’이라고 표현하는 세종시가 이 대통령을 또한번의 정치적 고빗길에 세운 셈이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명박 정부는 지난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뒤 특히 ‘노무현 지우기’에 너무 많은 국가적 역량을 낭비했다”며 “민주주의와 사회·경제적 통합,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등으로 국정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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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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