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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김대중 전대통령께서는 병원에 입원하시기 3일전인 7월 10일 금요일 오전  동교동 사저 응접실에서 영국방송공사  BBC TV의 서드월쓰(John Sudworth) 서울 특파원과 약 한 시간 가량 방송 대담을 가졌습니다. 이 대담은 17일 오전 BBC의 한반도 관련 특집에 포함되어 방송되었습니다.


 

다음은 대담 전문입니다.


 

서드월쓰 특파원: 대통령님, 이렇게 만나게 되어 대단히 기쁩니다.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현재의 정책에 대한 대통령님의 견해에 대한 말씀을 듣고자 합니다.


 

김대중 전대통령: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남북 긴장이 크게 완화되고, 많은 왕래 덕분에 민족대결합의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제 그런 경향에 역행하고 있어 크게 걱정이 됩니다.


 

서드월쓰 특파원: 제가 한국에 도착했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 방문이 이루어져 낙관론이 팽배했었습니다. 합의문 서명도 있었구요. 당시 언론인들은 남북 화해,협력의 중대한 무언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들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빨리 반전되어버렸다는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김 전대통령: 내가 2000년 평양을 간 후 10년 동안 남북관계는 화해 협력적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남북 관계가 불행한 방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해 협력의 새 시대를 열어갈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습니다. 노대통령 퇴임 후 사태가 급변하여 지금은 제2의 냉전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매우 슬픕니다.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변할 수 있는가?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속에 많은 걱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드월쓰 특파원: 최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관계 악화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김 전대통령: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양쪽이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럴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북한은 1994년 핵을 완전히 포기했습니다. 2000년 내가 대통령일 때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을 갖지 않기로 합의했습니다. 김정일은 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유언이 한반도 비핵화라고 하면서 협력했습니다. 좋은 분위기였는데 클린턴 대통령 퇴임 후, 부시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미국과 북한이 합의했던 제네바 협정은 파기되었습니다. 협정에 따르면 북한은 핵을 포기하고 미국은 한국과 협력하여 경수로를 지어주고, 국교 정상화 및 경제 지원을 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클린턴 정권이 끝나자마자 실천이 되지 않고 일거에 무시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NPT를 탈퇴하고, IAEA 요원을 추방하고 미국과 대결주의로 나가게 되었습니다. 부시 정권 6년 동안 북미관계는 매우 나빠졌습니다. 그러나 결국 미국과 중국의 협력으로 6자회담이 개최되었고, 여기서 2005년 9월 19일 공동선언에 당사국들이 합의하였습니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핵을 포기한다. 미국은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한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수립한다. 미국은 북한에 경제원조를 한다. 이 모든 것은 동시에 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후 합의한 대로 잘 진행되다가 북핵 검증의 문제가 불거져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졌습니다. 그리고 부시 정권이 끝나고 오바마 정권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모든 사람들은 기대가 컸습니다. 그는 ‘세계 모든 나라와 대등하게 대화하겠다. 특히 북한과 이란과 대화하겠다’고 말한바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진행이 안되어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는데 참 유감스럽습니다.


 

서드월쓰 특파원: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 발사를 했을 때 외부 세계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김 전대통령: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북한은 일단 핵을 포기한 전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1994년 제네바 협정을 통해 핵을 포기했었습니다. 그것이 부시정권에 의해 문제가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부시 대통령도 마구잡이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2005년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나는 북한과 나머지 5자가 합의한 합의사항만 지키면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는 사실 다른 안이 없습니다. 전쟁을 하겠습니까? 경제 제재가 효과가 있었습니까? 이런 방식은 동북아의 긴장만 증가시킬 뿐입니다. 나는 북한과 미국이 스스로 합의했던 2005년 9.19 합의로 돌아가서 북한은 비핵화하고 미국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고 국제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해주고, 미국과 북한에도 각 대사관을 두고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는 다른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같은 공산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을 보면 미국과 전쟁을 했지만 문제를 결국 해결하지 않았습니까? 북한과도 안될 것이 없습니다. 나는 국교가 정상화되면 북한은 제2의 중국,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의 열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은 6자회담을 통해 북한에 한 번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드월쓰 특파원: 현재 이명박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한국은 얻은 것은 별로 없고, 북한이 핵무장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준 격이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반박하시겠습니까?


 

김 전대통령: 북한이 핵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94년입니다. 당시 카터 대통령이 북한을 가고 제네바 협정이 있었습니다. 내가 북한과 접촉한 것은 2000입니다. 6년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정부는 북한에 현금을 준 적이 없습니다. 대신 매년 20-30만톤씩 식량과 비료지원을 했습니다. 그런 것을 가지고 핵은 못 만들지 않습니까? 동시에 남북관계는 활발해져서 개성공단사업과 각종 교역에서 보다시피 남한 돈이 북한으로도 가고 북한 돈이 남으로도 왔습니다. 이는 당연한 일입니다. 또 북한은 중국 및 여러 나라들과 교역하여 돈을 벌고 있습니다. 어떤 면을 보더라도 남쪽에서 북한을 도와서 핵무기가 개발되었다는 주장은 그렇게 믿고 싶은 사람 외에는 합리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드월쓰 특파원: 어떤 면을 보더라도 상당한 돈이 개성공단사업이나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쓰였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이 있기 전에 북으로 돈이 들어갔다는 설도 있습니다. 이러한 대북지원에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것은 실수가 아닐까요?


 

김 전대통령: 북한에 대해서 돈이 갔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상회담 전에 북한에 돈이 갔다는 것은 현대가 북한에서의 사업권을 따기 위해 돈을 제공했다고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북으로 준 돈은 없습니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 개발, 인프라 시설, 조선소, 철도 등의 건설을 조건으로 해서 법적 권리를 확보했습니다. 현대의 자체적인 위험 부담인 것이지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면 현대의 이러한 권리는 되살아 날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에 퍼주기 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과거에 북한은 남한을 원수로 보고 말살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남쪽에 대해서 철저한 방어체제를 구축했습니다. 2000년 6월 15일 남쪽의 대통령이 북한에 가서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남북이 같이 서서 협력하자고 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그 이후 10년 동안 남북은 과거 ‘원수’라는 생각에서 ‘같은 민족이다. 도와줘서 고맙다’고 마음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마침내는 문화적 변화까지 오게 되어 북한 사람들이 남한의 대중가요를 부르고 영화도 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로 시장경제의 징후가 나타나게 되었고, 북한 정권은 이에 상당히 당황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돈도 돈이지만 서로 원수같이 지내던 사람들이 악수하게 되었고, 남쪽의 문화가 북에 전파되면서 갈라진 민족 사회가 재결합할 수 있게 한 것은 돈의 가치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서드월쓰 특파원: 마지막 질문입니다. 김정일은 주민을 억압하고 기본 인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접 김정일을 만나본 분으로써 대통령님은 김정일이 어떤 인물이라고 보십니까? 여전히 그를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십니까?


 

김 전대통령: 공산주의자를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입니다. 공산주의는 막스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약속을 바꾸어도 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공산주의자를 다룰 때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는 협상을 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김정일은 똑똑하고 머리가 좋으며 판단력이 빠릅니다.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 페르손 스웨덴총리도 김정일을 만나보고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김정일은 현재 2개의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나는 건강 문제입니다. 후계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후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후계의 안정성은 김정일의 건강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나는 김정일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내가 죽은 뒤에도 우리 체제가 유지되려면 미국과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 내 생전에 미국과 결판을 짓자. 예를 들면 2005년 6자회담 합의문이 있다.’ 또 하나는 ‘우리가 이렇게 무시당하고 있는데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 나를 만날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 시리아, 이란 다 거론하면서 만나면서 우리는 빠져있다. 이는 우리를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다. 잘못하면 제2의 이라크가 되지 않겠냐’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나는 김정일의 상황이 심각한 것이 사실이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문제는 해결해두고 후계체제를 정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과 해결을 봐야하는 데, 미국이 관계개선을 안해주면 ‘너죽고 나죽자 식으로 하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공산주의의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는 50년 이상 공산주의와 싸웠지만 어떤 나라와도 경제제재와 전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습니다. 우리는 소련과 50년 대결, 냉전을 치렀습니다. 하지만 이기지 못했어요. 하지만 헬싱키 조약을 통해 교류, 협력이 이루어지면서 변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소련이 민주화되면서 동유럽이 이를 따르고 동독이 무너졌습니다. 공산주의 정권을 약화하고 변화시키는 방법, 또 어떻게 하면 강화되느냐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이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결과를 보면 그렇습니다. 중국 월남과 전쟁했습니다. 하지만 못 이겼어요. 냉전에서도 못 이겼어요. 하지만 결국 닉슨이 모택동 만나러 중국을 가고 베트남과도 국교 정상화했습니다. 이제 중국은 우리가 안심하고 상대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일반 독재국가는 외부 압박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버마를 보면 그렇지요. 그런데 공산국가는 의식주를 정부가 책임지고, 일체의 정보흐름은 차단하고, 하루 종일 세뇌교육을 합니다. 사람들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모릅니다.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는 힘은 헬싱키 조약 같은 겁니다. 갇혀 살던 사람들이 ‘우리가 속았다. 서방 세계가 잘 산다. 우리가 사는 곳이 낙원이 아니다. 악마의 제국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부로부터 변화의 힘이 생겼습니다. 고르바쵸프는 공산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하려 했지만 민주주의를 주장한 옐친이 그를 밀어냈습니다. 이렇게 역사를 보면 공산주의는 무력이나 정변으로 변화시킨 예는 없습니다. 그러나 외부 접촉을 통해 내부 국민들이 외부를 알게 되면서 시작된 변화는 실패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래서 서방세계 지도자들이 이러한 역사 속 교훈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좀 더 겸손하게 말해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의 의견쯤으로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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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 金太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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